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시마시 ~ Girl Meets Girl ~ 2장 3막

카시마시 ~ Girl Meets Girl ~

원작 - 아카호리 사토루
저자 - 코마오 마코
 Translation by - J.D.S.



본 번역물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J.D.S.에게 있습니다.
본 번역으로 인한 도용, 용도 변경 등은 정중히 거절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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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야스나 시점의 2장은 끝입니다.
다음막부터는 토마리 시점의 3장이 시작되니 기대...하셔도 좋으려나? -_-;


제 2장. 야스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3.

해질녘을 맞이한 방과 후의 하늘은 밝아서, 아직 점심 무렵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은 조금 덥다. 서서히 여름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오늘 수업은 모두 끝났고, 나는 주변의 모두가 그렇듯 집에 갈 준비를 했다.
평소라면 음악실에 들르거나, 사이좋은 친구들과 조금 대화를 나누고서, 홀로 교실을 나선다. 집 근처에 카시마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없거니와, 매일 함께 하굣길에 교문을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일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하즈무 군의 자리로 간다. 의자에 앉아서 가방에 노트를 넣고 있던 하즈무 군의 곁에는, 이미 가방을 한 손에 든 쿠르스 양이 서있었다.
하즈무 군 쪽에서 먼저 내가 온 걸 눈치 챘고, 그에 이어 쿠르스 양이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드센 인상의 눈이, 어딘가 경계하는 듯한 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즈무 군."

나는 되도록 쿠르스 양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 하며, 하즈무 군의 앞까지 간다. 하즈무 군은 쓴웃음과도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시선을 받아주었다.

"왜 그래, 야스나?"
"있잖아, 오늘 말야. 괜찮으면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지금 교실을 나서서 내일까지 하즈무 군을 만날 수 없다는 건 너무도 쓸쓸한 일이다. 하즈무 군과 함께 걸으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즈무 군과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아, 음……."

하즈무 군의 곤란한 표정과 목소리를 가로막으며, 나와 하즈무 군 사이에 쿠르스 양이 끼어들었다.
심지가 굳은 눈동자로, 마치 하즈무 군을 지키려는 듯이 가로막는다. 분명 쿠르스 양은 나름대로 하즈무 군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즈무는 나랑 갈건데."

쿠르스 토마리 양. 하즈무 군의 소꿉친구이자, 언제나 하즈무 군과 함께 있는 여자아이. 그리고 언제나, 그 직선적인 말로 하즈무 군을 지켜왔다.
하즈무 군과 쿠르스 양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런 걸로 지고 싶지 않다. 내게는, 하즈무 군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있으니까. 쿠르스 양이 싫은 건 아니었고, 적대심도 질투심도 아니었지만 왠지 지고 싶지 않았다.

"하즈무 군은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어리광을 핑계 삼아, 하즈무 군이 대답하기 힘들게끔 질문했다. 이 마음에서 물러서면, 나는 머지않아 하즈무 군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억지로라도 좋으니, 하즈무 군의 마음속에 남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내게 좋아한다고 말해준다면.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싫은 건 아니지만……."

망설임 가득한 표정으로 쿠르스 양을 올려다보며, 하즈무 군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대답했다. 그럴 거란 건 분명 쿠르스 양도 알고 있었을 거다. 조금 질린 듯한 표정으로,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즈무 좋을 대로 하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며 딴청을 피우는 옆모습은, 조금 물들어있었다.
그런 몸짓에,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어쩌면' 하고. 정말 무심결에, 알아채고 말았다.
어쩌면 쿠르스 양은, 하즈무 군을 좋아하는 지도 몰라.
물론, 하즈무 군을 좋아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의 태도에 과민해진 탓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식으로 느껴졌다. 하즈무 군은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엄……. 셋이 같이 갈까?"

나와 쿠르스 양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고 싶었는지, 하즈무 군은 우리 두 사람을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결단을 내린 하즈무 군의 곤란한 듯한 미소를 보고 나니, 나도 쿠르스 양도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나 이외의 사람을 택하는 게 무엇보다도 싫었지만, 하즈무 군을 이 이상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쿠르스 양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셋이 같이' 라고 말한 하즈무 군의 표정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우리 집은, 교문을 나와서 오른쪽. 하즈무 군과 쿠르스 양은 왼쪽. 완전히 반대방향이다.
하지만 오늘은 들르고 싶은 곳이 있다는 이유를 대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골랐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하즈무 군과 같이 돌아갈 수 없으니까.
하즈무 군을 사이에 두고, 우리 세 명은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걸었다. 하즈무 군이 계속 내 쫓을 봐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나는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화제를 생각하며 걸었다.
하즈무 군과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셀 수 없이 많았으니, 별 고생 없이 계속해서 말이 나온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즐거운 건, 틀림없이 상대가 하즈무 군이기 때문일 거다.
나란히 걷는 하즈무 군의 발걸음마저도 기쁘다. 낯선 주택가 풍경도,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즈무 군, 앞머리 조금 올려보지 않을래? 이런 식으로 머리핀으로 고정하면 예쁠 것 같은데."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뻗어, 나는 발걸음에 맞춰 흔들리는 하즈무 군의 머리카락을 에 손을 댔다. 매끈한 감촉이 손끝에 닿아 기분이 좋다.
한쪽만 들어올려서, 그걸 귀 뒤로 넘긴다. 단지 그 뿐이었는데, 작게 튀어오르는 하즈무 군의 어깨를 보고 놀란 나는, 허둥대며 손을 치웠다.

"아, 미, 미안해. 간지러웠어?"

필요 이상으로 이식하고 있는 나 자신을 얼버무리듯이, 나는 다분히 고의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

"아아니, 괜찮아."

하즈무 군에게도 내 쑥쓰러움이나 망설임 같은 것이 옮겨갔는지, 어물어물 대답한 뺨이 조금 붉게 물들어있었다.

"맞아, 하즈무 군 쿠키 같은 거 좋아해?"

화제를 바꾸자. 나는 밝은 목소리를 내어 묻는다.

"응, 좋아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에 하즈무 군도 찬성이었는지, 금세 평소의 목소리로 답을 해주었다.

"그럼, 다음에 만들어 올 테니 먹어줄래? 아니면 같이 만들까?"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나는 어떤 쿠키를 만들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초코칩이 들어간 걸로 할까? 콘플레이크도 괜찮겠다. 짜내서 굽는 것도, 오랜만에 만들어보고 싶었다.

"있지, 하즈무 군은 어떤 쿠키가 좋아?"
"에, 에에……. 글쎄……."

이번 주 일요일, 만약 하즈무 군이 시간이 있다면 우리 집에서 같이 쿠키를 만들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하즈무 군의 옆에서 걷건 쿠르스 양이 발을 멈췄다.
무슨 일이지- 하며 발을 멈춘 건, 나보다 하즈무 군이 먼저였다.

"어쩌자는 거야."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리고, 쿠르스 양은 강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나를 똑바로 봤다. 쿠르스 양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교실을 나서고부터 쿠르스 양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즈무 군과 이야기하는데 정신이 팔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하즈무 군이 나하고만 이야기해서 화가 난 걸까. ……실은 하즈무 군을 좋아하니까.

"어쩌다니, 하즈무 군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 뿐인 걸."

하지만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스스로 뭔가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다른 화제를 꺼낸다던가, 대화에 끼어든다던가.
나는 쿠르스 양이 질투하고 있는 거라 여기고,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쿠르스 양은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시선으로 나를 꿰뚫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넌, 하즈무를 찼던 거 아니었냐고."

어째서 알고 있는 거지? 하고 아주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쿠르스 양이 하즈무 군에 대해 모르는 건, 거의 없다. 애당초 하즈무 군이 내게 고백했단 것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나는 이틀 전, 하즈무 군을 찼다. 쿠르스 양이 들이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자, 내게는 중대한 사실이었다.

"토마리, 그건……."
"하즈무는 가만있어!"

하즈무 군이, 그 뒤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쿠르스 양의 분노를 저지하려던 말은 도중에 막혀버렸다.
나는 되돌려줄 말을 찾지 못하고, 쓰러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쿠르스 양의 눈을 마주보지는 못했다.
나는 하즈무 군의 마음을 한 번 거절했었다. 보지 않으려 해왔던 것이 눈앞에 드러나자, 내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하즈무는 상처받았어. 어쩌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즈무의 마음을 더 이상 휘젓지 마!"

마음을 휘젓는다. 나는 쿠르스 양의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분명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내 행동은, 하즈무 군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닌데.
하지만, 나는 하즈무 군에게 다가가는 걸 그만둘 수 없다. 내게 있어 지금 안고 있는 이 감정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거니까.
나는 속으로 뜻을 굳히고, 다시 한 번 쿠르스 양의 눈을 들여다본다. 똑바로. 지지 않을 만큼의 힘을 담아서.
옳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

"그만둘 수 없어. 이건 내게 있어 중요한 일이니까."

내가 하즈무 군을 좋아하는 마음은, 쿠르스 양이 가진 그것에 지지 않는다. 그리 믿고 있다.

"왜냐하면 난, 하즈무 군을……!"

좋아하니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즈무가 여자가 된 것도, 너 때문이잖아!"

몇 초동안, 주위에서 소리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하즈무 군이 여자아이가 된 건, 나 때문?

"아, 아니야, 토마리! 내가 여자가 된 건, 카시마 산에서 우주선에 부딪혔기 때문이지……."

사태를 무마하려고, 필사적으로 쿠르스 양을 달래는 하즈무 군.
아아, 하지만. 하즈무 군의 말을 듣고, 나는 알고 말았다. 쿠르스 양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쿠르스 양은 화가 나 있다. 아주 많이. 당연하다.

"그래. 하즈무가 여자가 된 건, 그 날 카시마 산에 갔기 때문이야."

귀를 막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쿠르스 양은 막을 수 없는 탁류처럼, 자신의 생각을 말로 옮긴다.

"그 날, 야스나가 하즈무를 차지 않았다면, 하즈무는 카시마 산 같은 데엔 안 갔을 거라고!"

쿠르스 양의 말이 맞다. 내가 그 때 하즈무 군을 차지 않았다면. 하다못해 뭔가 다른 말로 하즈무 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하즈무 군은 카시마 산에 가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우주선에 부딪히지 않고, 고백해주었던 날의 오후처럼 남자아이로, 전혀 변함없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때 하즈무 군을 차지 않았다면, 하즈무 군은 여자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하즈무 군이 여자아이가 되지 않았다면, 내가 느껴온 행복은 없었을 거다.
머릿속에 현기증이 일어난 듯,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서 있어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내가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즈무 군과 쿠르스 양 앞에서 도망쳐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그대로 하즈무 군 앞에서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달리고, 달린다. 무작정 돌아들어간 골목 그늘에서, 나는 미처 참지 못하고 첫 눈물을 땅바닥에 떨구었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하즈무 군의 세계가 바뀌고 말았어.
그런 거, 하즈무 군은 바라지 않았을 텐데. 여자아이가 되고 싶단 생각따윈 없었을 텐데. 원래는 어엿한 남자아이였으니까. 여자아이가 되어서 기쁘다고, 생각할 리가 없다.
여자아이가 된 첫 날. 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하즈무 군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지금이라면 보인다. 그 날, 하즈무 군은 쓸쓸한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망가져버릴 정도로, 쓸쓸하고도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무겁다. 너무도 무겁다. 스스로 피해버린 만큼, 그 괴로움은 불어나 있다.
하즈무 군이 여자아이가 된 건, 나 때문이다.

by -JDS- | 2009/01/06 18:54 | ┗카시마시 Girl meet girl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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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랑은다이아 at 2009/01/09 14:17
눈물의 소설 속편 등장이군요.
Commented by -JDS- at 2009/01/10 02:28
다이아 님 // 무, 무려 눈물인 겁니까;
Commented by KaSiMaSi at 2009/01/11 20:25
희망을 버리고 있을 무렵 등장(...)
Commented by KaSiMaSi at 2009/01/11 20:28
확실히 코마오 여사, 야스나짱의 안티팬인가요...

아아아 벌써 야스나짱 시점이 끝이라니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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