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시마시 ~Girl Meets Girl~ 4장 1막

카시마시 ~ Girl Meets Girl ~

원작 - 아카호리 사토루
저자 - 코마오 마코
 Translation by - J.D.S.





꽤 길군요, 역시 -_-;
개인적으론 역시 야스나나 토마리 시점으로 주욱 가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만...
일발성 계획으로 보이는 본 소설로는 무리가 있었던 걸까요 [시무룩]
뭐, 어찌되었건 다시 하즈무 시점의 4장입니다 -_-;

제 4장. 하즈무, 흔들리는 마음(戀心)

1.


나는 멀어져가는 토마리의 뒷모습을 배웅하고서 집으로 들어왔다.
현관에는 엄마가 사 온 엷은 핑크색 조화가 장식되어있다. 소박하지만, 그 사랑스럽고도 화려한 마중에 나는 다녀왔다고 인사를 했다.

"오랍언니-!"

그 직후에 거실에서 쟝 푸우가 뛰쳐나와, 가녀린 몸을 공중에 띄우며 내 목에 들러붙는다. 등허리까지 뻗은 탄력있는 긴 머리가, 부드러운 바람처럼 휘날렸다.

"다녀왔어, 쟝 푸우."

나는 조금 괴로운, 애정이 담긴 마중을 어깨 언저리에 얹은 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동안, 내 목에 팔을 감은 채 행복한 듯이 웃고 있는 쟝 푸우는, 두 다리와 몸을 공중에 둥실 띄우고 있는 상태였다.

"쟝 푸우, 오랍언니가 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구요오-."

하고 말하며 쟝 푸우는, 아기 고양이가 어리광을 부리듯 부비부비 볼을 부빈다.

"미안미안, 오늘 좀 늦었지?"

이런 순진한 어리광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하즈무-, 돌아왔니? 좀 이따 밥 먹을 테니까 옷 갈아입고 오렴-."
"네-에."

거실에서 고개만 내민 엄마의 말에, 나는 쟝 푸우를 둘러맨 채로 계단을 오른다. 둘러맸다지만, 쟝 푸우는 공중에 떠 있어서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방에 들어가 가방을 침대 위에 두고는, 옷장에서 티셔츠와 바지를 꺼낸다. 일단은, 여자옷이다.
아무래도 내 의지로 스커트를 입기는 좀 그렇지만, 이 정도의 여성용품에는 익숙해졌다. 라기보다,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할 수 있었다.
가슴에 있는 손바닥 사이즈의 언덕이, 시원스러운 유리구슬 무늬를 조금 들어올린다.

"쟝 푸우, 저기 옷걸이 좀 집어줄래?"
"네에."

훌쩍 떠있는 쟝 푸우에게서 옷걸이를 받아, 거기에 벗은 교복을 걸었다. 여자교복 스커트는 주름이 지면 성가시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정성스레 모양을 바로잡는다.
이렇게 보니 신기하게도, 이 교복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내 주변이 변해가고, 그것에 하나씩 하나씩 익숙해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대해, 전에 느꼈던 쓸쓸함은 이제 별로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것도, '익숙해졌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랍언니, 이거 뭔가요오?"

생각에 빠져있었더니 등 뒤에서, 맹한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쟝 푸우가 침대 위에 똑바로 앉아, 무언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아아, 그거."

나는 나도 모르게 웃으며, 쟝 푸우의 곁으로 간다.

쟝 푸우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눈을 둥글게 뜨고 보고 있던 것은, 아까 토마리가 게임센터에서 선물로 준 바다표범 인형이었다.

"바다표범이야, 귀엽지?"

졸린 듯 가늘게 뜬 눈이, 쟝 푸우의 커다란 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인형과 마주하고 있는 쟝 푸우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귀여워서, 내 웃음단지를 간지럽혔다.

"'귀엽다' 라는 게 뭐예요오?"
"에?"

바다표범에서 내게로 고개를 들며, 쟝 푸우가 호기심에 찬 눈빛을 보낸다.

"으음-. '귀엽다'라는 건……."

이런 식으로 쟝 푸우에게서 질문을 받는 일은 곧 잘 있었다. 즐겁다 라던가 맛있다 라던가. 그 때마다 나와 엄마는 여러가지 말로 바꾸어 쟝 푸우에게 설명하고 있다.
쟝 푸우 스스로도 여러모로 공부하고 있는 모양인지 날이 갈 수록 많은 말을 익히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본적이면 기본적일 수록, 쟝 푸우에게는 어려운 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마음이 말야, 부드러워지는 기분이야. 보고 있는 것만으로 편해지는 것 같이."
"편해져요?"

다시금 되묻고는, 고개를 갸웃하는 쟝 푸우.

"괴로웠던 일이나, 아픈 것이 없어지는 거……랄까?"

스스로 만족스런 설명은 아니었지만, 쟝 푸우는 그럭저럭 이해했는지, 연신 끄덕이고는 나와 바다표범을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쟝 푸우가 이것저것 물어올 때마다, 나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가족', '친구', '학교'. '밥', '꽃', 'TV', '즐겁다', '졸리다', '귀엽다'.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같아, 조금 즐겁기도 하다.

"오랍언니."

바다표범을 침대 위에 살포시 둔 쟝 푸우는, 반짝이는 그 눈으로 나를 봤다.

"오랍언니는 귀여워요오."
"에, 나?"

놀라서 되물은 내게, 쟝 푸우는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자신감 넘치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
나는 방금 전에 내가 했던 '귀엽다'의 의미를 떠올린다. '귀엽다'란,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기분.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
토마리와 야스나가 내게 말한, '귀엽다'란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말한 '귀엽다'는 내가 설명한 그런 의미였을까. 자신이 없다. 뭔가 다른 소리로 들린 듯한 기분이 든다.

"하즈무-, 쟝 푸우-. 밥 다 됐다-!"

아랫층에서, 엄마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지금 갈게-."

나는 문 건너편을 향해 말하고는, 쟝 푸우와 함께 방을 나선다. 불을 끄기 전에 침대 위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바다표범에게 손을 흔들었더니, 나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쟝 푸우도 그걸 따라하고 있었다.
저 바다표범한테 이름을 붙여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거실로 들어선다.
오늘 메뉴는 치즈 햄버그, 쟝 푸우와 함께 상 차리는 걸 도우며 자리에 앉았다.
누군가 켜놓은 형사 드라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으며, 나는 햄버그를 젓가락으로 나눴다.
구수하고도 달콤한 치즈 맛을 음미하며, 나는 야스나에 대해 생각한다.
그 날 입술에 닿은 보드라운 감촉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입 안의 치즈처럼 녹아버릴 것 같아서…… 조금 무섭다.
야스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아니, 날 좋아한다고 말해준 직후였으니, 그래서 였겠지. 하지만 어째서 나 같은 걸 좋아한다고 한 걸까.
난 이제 여자아이니까, 같은 여자아이인 야스나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야스나의 눈 안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뜨거우리만치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겐 더 이상 그런 눈길을 받을 자격이 없을 거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것 자체는 기쁘다. 하지만 나는 그 무게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야스나가 내게 품고 있는 '좋아한다'는 감정은, 절대로 친구로서의 호의가 아닐테니까.
나는 역시…… 야스나의 고백에 대해, 뭐라고든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YES인지 NO인지. 나도 좋아해, 아니면 미안해.
야스나에게 뿐이 아니다. 지금은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토마리에게도 내 마음을 전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야스나와 토마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도, 야스나와 토마리도, 여자아이다. 그러니 좋아한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친구로서 사귀는 것이 롷다. 그렇게 여기고 있는 건, 이젠 나 뿐인 걸까.
야스나와 토마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니 가슴 안 쪽이 욱씬욱씬 아파오며, 몸 끝에서부터 저릿한 느낌이 퍼신다. 왠지 생각해선 안 될 것처럼 느껴진다.

"좋아해."
"에?"

문득 들려온 말에 놀라, 나는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바로 쟝 푸우의 얼굴과 시선이 부딪힌다. 신경쓰이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짓는 표정이다.

"오랍언니, '좋아해' 란 건 뭐예요?"

쟝 푸우의 뒤쪽으로,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고 있는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을 좋아해요!
긴 머리의 여배우가, 절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좋아해'라는 건……."

좋아한다는 건 어떤 걸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나는 좋아. 하즈무 군을 좋아해.
하즈무를 좋아해. 아주 옛날부터.
녹음된 것을 재생한 것처럼 야스나와 토마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서서히 추억에 젖어가듯 나는 떠올린다.
방과후, 교사 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때 나는 야스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 마음을 소리내어, 야스나에게 전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좋아한다는 말을 먼저 한 적이 없다.

"'좋아해' 라는 건……."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게 있어 좋아한다는 감정. 그건…… 두근 거리는 것? 아니면, 상대방을 진심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정말 그게 맞는 걸까.

"'좋아해'라는 건 말야."

입을 닫아버린 내 대신, 엄마가 쟝 푸우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쟝 푸우는 엄마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나도…… 평소처럼 된장국을 마시는 척하며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가 어떻게 설명할 지 신경이 쓰였다. 쟝 푸우보다도 훨씬,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야. 소중히 여기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지."

응응하고 쟝 푸우가 끄덕인다. 엄마의 목소리는 보드랍고, 무척이나 포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좋아해'라는 말이 지닌, 신비한 매력처럼.

"그 사람이 세상 전부인 것 같고, 자나깨나 그 사람 생각만 나고 그런 거야."
"그 사람이 전부……."

확인하듯이 쟝 푸우가 따라하니, 엄마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으며 끄덕였다.

"두근거리거나, 그 사람의 모든 걸 갖고 싶거나,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주고 싶어지거나, 좋아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근사한 일이야."

엄마는 그렇게 설명을 끝냈다. 쟝 푸우는 엄마의 말을 드문드문 반복하며, 설명을 음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토마토 샐러드를 입으로 옮기며 엄마의 말을 머릿 속에서 되뇌었다. 내 안에 완전히 녹아들도록.
좋아한다는 말은 굉장히 광범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사람들마다 느끼는 것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엄마가 말한 것과 같은 감정이 확실히 있었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호흡하고 있는 꽃봉오리와도 같은 감정이.
그게 정말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

머릿 속 한 켠에서 작은 부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지 않아. 모르겠는 게 아냐.
그럼…… 뭐야?
모르는 게 아니라…….

"하즈무, 된장국 더 먹을래?"
"에, 아, 응……."

생각하며 젓가락을 놀리다보니, 어느 새 텅 비어버렸다. 반사적으로 그릇을 내미니, 내 안에서 들려오던 의문의 목소리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개운치 않은 마음만, 안개처럼 내 안에 남는다.
뭔가 떠오를 것도 같았는데……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것이니, 분명 금방 다시 생각날 거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놓쳐버린 것이 너무 커서 침울해질 것만 같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그러는 게 분명 가장 좋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쟝 푸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쟝 푸우는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내게 미소지었다.



욕실 안을 가득 메운 따스한 습기가, 우리가 얼마나 오래 목욕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텀벙하고 크게 튀어오른 목욕물이 천장 근처까지 튀어오른다.

"어푸, 쟝 푸우. 그만하라니까."

나는 내 앞에서 물을 튀기며 놀고 있는 쟝 푸우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쟝 푸우는 빙글빙글 웃으며, 이번에는 다리로 욕조 안을 휘젓기 지작한다.
오늘, 쟝 푸우가 꼭 같이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통에 나는 쟝 푸우와 함께 목욕을 하게 됐다. 쟝 푸우는 어딘지 모르게 여동생 같기도 강아지 같기도 한, 내게는 굉장히 귀여운 존재였기에, 함꼐 목욕하는 것은 싫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인이라고는하나 쟝 푸우도 일단은 여자아이. 이렇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상, 옷 아래 역시 여자아이인 것이다.
즉 쟝 푸우와 목욕을 한다는 것은, 벗은 여자아이와 함께 목욕을 한다는 게 된다. 이상하게 의식해선 안된다. 탈의실에선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하지만 막상 욕실 안에 들어오고 나니, 상대가 여자아이란 사실을 의식할 여유 따윈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호기심의 화신인 쟝 푸우는, 몸을 씻는 거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거품을 잔뜩 내서는 내 몸에 문질러댔다. 그 다음엔 샤워기를 갖고 놀다가, 겨우 잠잠해졌다 싶어서 욕조에 넣었더니 이번엔 목욕물로 이래저래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쟝 푸우의 행동은, 지겹지도 귀찮지도 않았고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빙글빙글 탕을 휘저어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는 쟝 푸우를 버며, 나는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어 크게 숨을 내쉰다.

"후아-."

고개를 젖히고 있던 내 시야에, 갑자기 쟝 푸우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흥미진진. 그런 표정으로. 커다란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오랍언니……."

작은 소리로 말하는 쟝 푸우. 작은 물소리가 들린 다음 순간, 나는 당황스러운 감촉에 화들짝 놀라 뛰쳐올랐다.

"우와앗! 뭐, 뭐하는 거야, 쟝 푸우!"
"뿌?"

쟝 푸우는 눈을 둥글게 뜨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고도를 내린 내 시야에, 내 양쪽 가슴을 꼭 붙잡은 쟝 푸우의 두 손이 비쳤다. 꼬물꼬물 손 끝을 움직여 주무를 때마다, 둥실둥실 간질간질한 감촉이 가슴 언저리에 생겨난다.

"와와, 잠깐, 하지마 쟝 푸우……."

우와, 부끄러워……. 몸이 경직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쟝 푸우는 그런 내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주무르고 있는 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쟝 푸우 거랑, 틀려요오."
"에?"

쟝 푸우는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에서 손을 떼더니, 이번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따라서 보고만 그 곳에는 쟝 푸우의 여린 몸을 돋보이게 하는 듯 작게 여문 여자아이의 가슴이 있다.

"다르다니?"

쟝 푸우가 말하는 '다르다'가 무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쟝 푸우의 감촉이 사라지지 않은 가슴을 감추듯 끌어안으며 물었다.

"쟝 푸우 건 작아요."
"에, 아, 가슴 말이야……?"

확실치 않아 물어보니, 쟝 푸우는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끄덕였다.

"뭐, 뭐야……. 그런 거였어? 하지만, 몸이 다르니 크기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그 이전에, 주제가 가슴이라니 조금 부끄럽다. 끌어안은 가슴의 무게가 몹시도 신경 쓰여서, 나는 몸을 탕 안에 담그고는 손을 놓았다.

"쟝 푸우는 오랍언니랑 같은 게 좋은데에……."

쟝 푸우는, 그렇게 말하며 슬픈 듯 무릎을 끌어안았다. 꼭 토라진 아이 같다. 나는 그런 쟝 푸우가 귀여워서, 젖은 손으로 몇 번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바닥과 팔을 타고 전해진 물방울이, 쟝 푸우의 섬세한 머리카락을 적신다.

"오랍언니이……."

훌쩍 하고 콧소리를 내며, 쟝 푸우는 탕을 가로질러 내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아마도 본인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겠지만…… 가, 간지러워…….

"쟈, 쟝 푸우, 으힉……. 거, 거기 간지러워."

목욕탕 안이라 도망칠래야 도망칠 수가 없어서, 나는 필사적으로 간지러움과 부끄러움을 참았다.

"뿌우?"

간지럼을 타는 내가 재미있는지, 쟝 푸우의 손이 고의적으로 내 피부를 더듬어간다. 탕 안에서 천천히 더듬어가는 손길은 닭살이 돋을 만큼 간지러워서, 나는 몸을 비틀며 쟝 푸우의 공격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 내 몸을 쫓는 쟝 푸우의 천진한 손.

"아, 와……앗, 아, 안된다니까, 꺄악!"
"오랍언니이."

어리광을 부리는 쟝 푸우와 도망치는 나.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부끄러웠지만, 우리의 공방은 얼마간 계속 됐다.

"쟈, 쟝 푸우……. 이제 그만하자. 나 어지러워."

평소보다 긴 입욕시간과 평소 탕에서는 하지 않는 운동으로 지칠 대로 지쳐, 나는 항복을 선언하며 쟝 푸우를 탕에서 내보낸다.
머리가 좀 어질어질 하지만, 욕실 밖에 대기 중이던 시원한 공기 덕에 정신을 차린다. ……오랜만에, 목욕다운 목욕을 했다. 너무 지나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쟝 푸우의 몸을 닦아주고 옷을 입혀 탈의실에서 내보내고는, 나도 파자마로 갈아입고 세면장으로 나왔다. 커다란 거울이 여자아이가 된 나를 비춘다.
수도꼭지를 비틀어 두 손으로 미지근한 물을 받아, 얼굴에 부딪히듯이 해서 세안을 시작한다.
요전까지는 손을 씻는 비누로 씻었지만, 어제부터는 세안용 비누로 바꾸었다. 치약처럼 튜브에서 짜내는 타입이다. 보통 비누로 씻으면 왠지 씻은 후에 얼굴이 당겨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씻는 법도 엄마한테 배웠다. 미지근한 물로 얼굴전체를 적신 후, 세안비누를 조금 손바닥에 짠다. 비누는 미지근한 물에 녹여서, 손바닥 위에서 거품을 낸다. 이 거품이 중요하단다.
재미있어서 잔뜩 거품을 낸 비누는, 폭신폭신하고 보드랍다. 기분은 좋지만, 아주 조금 숨이 막혔다.
천천히, 전체를 정성스레 닦고, 문지르지 않도록 조심하며 미지근한 물로 거품을 씻어냈다.

"푸하아-."

수건에 얼굴을 묻어 물기를 닦고, 나는 고개를 든다.

"개운하다."

같은 비누라도, 세안용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역시 다른 것 같다. 씻고 난 뒤에 느낌이 제법 바뀌었다. 피부가 당기는 것 같은 느낌도 없고, 깔끔하게 개운하다.
내가 쓰고 있는 건, 허브 성분 배합이라는 걸 특징으로 삼은 세안 비누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세안비누 뚜껑을 닫ㅇ아 뒷면에 성분표기를 바라보며, 야스나와 토마리에 대해서 생각했다.
둘은, 어떤 비누를 쓰고 있을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아, 깜박했다."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는 작은 세면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많아진다. 나는 거울 옆에 있는 선반에서, 유백색 액체가 든 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손바닥에 덜어서, 그걸 얼굴 전체에, 두들기듯이 발랐다. 세안 후에 이렇게 해두면 좋다며, 엄마가 비누와 함께 사주셨다.
토닥토닥 두들기니, 얼굴 전체에 바른 것이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굉장히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 같은 느낌이다.
문득 눈을 떠보니, 거울에는 뺨을 양손으로 두들기는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꼭 원래부터 여자아이였던 것 같다.
내가 만약 처음부터 여자아이였다면, 나는 야스나를 좋아했을까. 고백하게 됐을까.
아니면 양 쪽 모두 여자아이라며,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매일을 보내고 있었을까.

"'좋아해'……라."

저녁 먹을 때 들은, 쟝 푸우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좋아해'란 건 뭐예요? ……정말 좋아한다는 건 어떤 걸까. 좋아한다는 건 어렵다. 어렵고……, 그러면서도 뭔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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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 J.D.S.
출처 - http://atorie.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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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S- | 2009/03/08 21:40 | ┗카시마시 Girl meet girl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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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어렵군..어려워 at 2009/03/08 21:46
심오해지잖아-_-
Commented by -JDS- at 2009/03/09 11:00
어렵군 // 아니 뭐... 이 정도 고뇌는 해줘야죠 -_-;
애니에선 너무 설렁설렁 적응하는 것 같아서...; 뭐, 그 스피디한 전개도 나쁘진 않았지만요
Commented by Raydric at 2009/03/09 02:15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애니에서는 푸우가 제일 이쁘더군요 ㅡ_ㅡ 비행정이 이뻐보이다니.... OTL
Commented by -JDS- at 2009/03/09 11:01
Raydric // 괜찮으시다면 소설도 한 번 읽어봐주세효;
카시마시는 애니, 코믹, 소설판의 전개가 다 달라서 한 번쯤은 봐 줄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Raydric at 2009/03/09 13:50
헛 전개가 다르나 보군요. 여기서 jds님이 번역한걸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ㅆ+
Commented by 기다리는中 at 2009/05/10 11:48
4장2막은 언제나올까나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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