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No.06 :: 와리깡

왠지 부대찌개가 생각나게 했던
김치 나베



언젠가 바이킹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밥을 한 끼 먹으러 갔을 적의 일이다.
그 날은 어쩐지 매우 분주한 날이었는데, 그래서일까. 밥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내 귀에는 퍽 늦게 도착했다. 이미 난 밥을 먹었는데... 해서 안 갈까- 하는 뜻을 밝히려 했는데.

A씨 : 다 같이 가는데 같이 가자~. 배 불러도 샐러드 같은 것도 있으니까 그것만 시켜도 되고. 아니 뭐, 죤이 굳이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뭐야, 이 사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나 가기 싫으니 안 가. 늬들끼리 쳐먹어' 하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지 않을 수 없게 되잖아;; 아놔, 조낸 골룸하네. 챙겨주는 게 고마워서 따질 수도 없고...
어찌되었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야 없다고 생각해서 정말 가서 샐러드나 먹어볼까 하고 동료 차를 타고 호텔을 나섰다.

그렇게 시내... 라고 하긴 좀 민망한 어느 교외의 한적한 곳에 있는 라면집에 도착했다.
아니, 뭐 굳이 라면만 파는 곳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건 간판에는 라면이 메인이라고 나온 듯 하니까. 여튼 모두가 미친듯이 주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 정말 다 먹을 수 있긴 한 거?' 싶을 정도로 팍팍팍-
나야 뭐, 돈도 없고 식욕도 없고 해서 그냥 샐러드만 주문했는데...

A씨 : 어라, 죤. 정말 그것만으로 되겠어?

...아니, 그러라고 한 건 A씨잖아요;
무엇보다도 슬슬 매너리즘이 느껴지긴 하지만 바이킹에서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었는데 더 넣을 곳이 있겠어요?;; ...라는 말은 얌전히 입 안에서 소멸시키고.

나 : 네, 뭐어... 배가 불러놔서.

...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뭐어, 샐러드만 시켰다지만, 여기저기서 이것도 먹어보라고 권하는 통에 이것저것 맛을 보긴 했지만. 아, 사진으로 올렸던 김치치게나베(...)는 한국의 김치찌개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얼큰한 맛이 있어서 어쩐지 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니, 뭐 재료만 보면 사실 부대찌개에 가까웠지만; 그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까지 따라오는 음식이라 이하 생략.

여튼 여차저차 음식들을 뱃속으로 집어넣고, 계산할 시간이 다가왔는데...

나 : (좋아, 샐러드가 430엔이었으니까... 어디, 잔돈이... 아아, 귀중한 500엔이 날아가는구나~ 안녕, 500엔아-)

...하고 있으려니.

S 씨 : 어디보자, 합계 10,500엔. 이걸 7명으로 나누면... 1,500엔 씩인가?
C 씨 : 에, 7명이 와서 1만엔 정도? 싸다!
나 : (...왓?; 파돈?;;;;;;;;;;;;)



...그러고보니 오기 전에 와리깡이란 소릴 들은 법도 싶은데.
습관처럼 '와리깡? 더치페이면 내 것만 내면 되지-' 라고 생각했던 거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딘가에서 일본에서의 와리깡은 총 금액에서 인원수로 분할해서 내는 거라고 들은 듯한 기분이...

뭐, 요런 감상이야 나중에 한 거고.
잠깐, 나. 다른 요리들은 맛만 보고 샐러드만 메인으로 먹었는데 oTL
그렇게, 뭔가 큰 형아들한테 한 대 얻어맞고 삥이라도 뜯기는 듯한 느낌으로 1,500엔을 지갑에서 끄집어내고 있었다. ...430엔이 1,500엔으로 불었어... ㄷㄷㄷ oTL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래, 수업료 낸 셈 치지 뭐. 일본에선 다 같이 밥 먹으면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구나-' 하며 애써 자신을 추스려봤다. 아니 뭐, 지난 일이기도 하고 맛있게 먹었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긴 했지만.

아, 한가지 더 생각한 게 있다면.
아니 뭐, 어지간하면 밖에서 밥 먹자고 하면 잘 안 따라나갈 셈이긴 하지만.

와리깡이라고 하면 무조건 배가 터지도록 시켜버리자-

...라는 것 정도? =ㅂ=
아니, 어차피 적게 낼 수 없다면 뽀지게라도 먹는 게 득이잖아;

by -JDS- | 2009/10/31 17:20 | 일본 생활기 part 1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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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in at 2009/10/31 19:55
갈수록 소심해지는 거 같네.
Commented by -JDS- at 2009/11/01 16:30
lain // 아니 뭐... 그게... -┏;;;
이것저것 알아가는 게 많아질 수록, 집과 일자리 구하기 전까진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단 생각이...;
Commented by 照暗小星 at 2009/10/31 22:42
아. 나베라던가 야키니쿠처럼 다같이 먹는 거는 그런식으로 자주하지만
자기가 먹는 것만 계산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분위기 잘 보고 먹어라 ㅋㅋㅋ

그때그때 달라요~ ㅋㅋㅋ
Commented by -JDS- at 2009/11/01 16:31
쟈피 // 음, 대략 그런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여기 사람들, 언제나 나가면 와리깡이라는 거 -_-;;;
Commented by 다이아는사랑 at 2009/11/01 01:54
그래도 못내 울컥하셨군요 히히히.
Commented by -JDS- at 2009/11/01 16:36
다이아 님 // 아니 뭐, 울컥까지는...
...죄송해요. 울컥했습니다 -┏ 뭔가 '속였구나, A 씨!!!'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아니, 실제로 속인 것도 뭣도 아니었지만요=ㅂ=;;
Commented by lightdark at 2009/11/01 02:19
뭐... 언제나 눈치껏
Commented by -JDS- at 2009/11/01 16:36
광마 // ...훗, 그런 눈치 있었으면 25년간 한 고생은 절반즈음으로 줄었을게다;
Commented by Raydric at 2009/11/01 02:27
아니 그보다 죤 으로 확정....
Commented by -JDS- at 2009/11/01 16:37
Raydric // ...쟝이나 쵼이나 챵 보다는 낫잖아요;;;
중국인이나 어딘지 모를 아시아 국가 사람이 되느니 미쿡틱한 이름이 좋...진 않지만... oTL
Commented by 照暗小星 at 2009/11/01 22:34
아.. 네 성 같은 한자로 중국인 성 있는데 챙이라고 읽더라 ㅋㅋㅋ
Commented by 小狼 at 2009/11/03 03:48
죤 = 기로로 라는 공식이 케로로에서 나왓씸 여튼 일본은 안매워보이는데도
깔끔한색에 매콤한국물을 만들어서 맛없어보여도 먹으면 맛있는게 상당히 있는듯
Commented by 小狼 at 2009/11/03 03:50
와리깡을 당했심 ㅠㅠ 뭔가 당한거같
Commented by -JDS- at 2009/11/04 23:40
라임 // ...뭔가 와리깡을 당하다- 라고 하니 카드깡이라도 당한 듯한 뉘앙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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